청첩장 돌렸는데 갑자기 파혼 통보

“결혼해도 행복하지 못할 것 같다.”
결혼식이 한 달도 남지 않았을 때였다. 청첩장까지 다 돌렸는데 갑자기 파혼을 통보받았다. 자세한 설명도 없었다.

머릿속이 엉망으로 꼬인 상황. A씨는 눈앞이 캄캄하다. 우선 가족과 친척, 친구, 직장 동료들에게 ‘파혼당했다’는 사실이 소문날 것을 생각하니 수치스럽다. 당장 물어내게 생긴 각종 위약금과 계약금도 고민이다. 갑자기 떠나버린 그녀에게 정신적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다.


앞으로 파혼 사실 알려질 텐데⋯전 여자친구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 결혼식이 얼마 안 남은 상태인 A씨는 자신의 지인에게 파혼 소식을 알려야만 한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괜한 소문에 휩싸일까 걱정이 된다. 이 자체로도 자신의 평판이 떨어질 것 같다. 이를 전 여자친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까.


변호사들은 A씨 스스로 주변에 “파혼 당했다”고 말하는 경우와 전 여자친구가 주변에 “A씨와 파혼했다”고 말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했다. 파혼 사실 자체를 알리는 건 법적으로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다만, 전 여자친구가 “A씨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파혼을 했다”고 말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


공공연하게 A씨에 대한 허위 사실(A씨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을 퍼뜨린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변호사배우미법률사무소’의 배우미 변호사는 “전 여자친구가 ‘A씨에게 문제가 있어 파혼한다’는 식의 왜곡된 사실을 퍼뜨린다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여자친구가 해당 발언을 비방의 목적으로 SNS 등 온라인에서 했을 때 가장 처벌 수위가 높다. 이때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적용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지인과 대면한 자리에서 했다면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예식장 위약금과 계약금 등 결혼 비용, 청구할 수 있다A씨는 결혼 비용 대부분을 본인이 지출했다. 물어내거나 떼이게 생긴 예식장 위약금과 계약금, 신혼여행 계약금, 예물 등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모두 전 여자친구한테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민법(제806조 제1항)이 “약혼을 해제한 때는 과실 있는 상대방에게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한 이유 없는 단순 변심’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근거가 된다.


법무법인 정향의 박재성 변호사는 “A씨가 일방적으로 파혼을 통보받은 만큼 결혼 준비에 들어간 비용에 대해 손해배상을 충분히 청구할 수 있다”고 했고, 법무법인 인화의 진현종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별도의 약혼식을 올리지 않았어도 상관없다. 대법원은 “약혼은 결혼하려는 둘 사이의 합의만 있으면 특별한 형식을 거칠 필요 없이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판례도 청첩장 준비, 예식장 예약 등이 진행된 경우라면 “이미 약혼이 성립했다”고 보고 있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가능 변호사들은 “A씨는 전 여자친구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 여자친구 뿐 아니라 전 여자친구의 부모를 상대로 청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 민법(제806조 제2항)이 약혼 해제에 대한 손해 배상을 청구할 때 “재산상 손해 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경희 법률사무소’의 노경희 변호사는 “전 여자친구는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실제 비슷한 사건에서 위자료 청구가 인정된 판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법원은 대체로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을 위자료 액수로 인정했다. 실제 A씨와 같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파혼을 당한 경우 법원은 당사자가 700만원, 부모가 200만원씩 약 1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위자료 액수는 상대방이 바람을 피우는 등 파혼에 대한 책임이 클수록 높아졌다. 이땐 3000만원이 인정됐다. 그외 약혼한 뒤 부모가 반대한다며 무작정 결혼을 미룬 경우엔 500만원이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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